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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부곡(思夫曲)

조은글

by 여리챨리 2008. 3. 26. 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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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부곡(思夫曲) 1




  여보! 지금 시간이 새벽 5시 30분이네요. 이 시간이면 깨어있는 사람보다 아직 따뜻한 이불 속에서 단꿈을 꾸고 있는 사람이 많을 거예요. 그러나 당신은 벌써 집을 나서 살얼음 같은 차가운 새벽 공기에 몸을 맡기고 있겠지요. 그리고는 밤 12시가 넘어서야 겨우 잠자리에 들구요.
  이렇게 열심히 뛰는데도 늘 힘겹기만 한 우리 생활이 당신을 많이 지치게 하고 있네요. 내가 여느 아내들처럼 건장한 여자였다면 당신의 그 힘겨운 짐을 조금이라도 나누어 질 수 있으련만... 평생 휠체어 신세인 나는 그럴 수가 없기에 너무나 안타까워 자꾸 서러워집니다.
  자동차에다 건어물을 싣고 서울 시내를 돌아다니며 물건 하나라도 더 팔려고 애쓰는 당신. 그런 당신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물 한 방울, 전기 한 등, 10원이라도 아껴 쓰는 것이 전부라는 현실이 너무 가슴을 아리게 합니다.
  불편한 나의 다리가 되어 주고 두 아이들에게는 나의 몫인 엄마의 역할에, 16년 동안이나 당뇨로 병석에 누워계신 친정어머니까지 모셔야 하는 당신.
  여보! 나는 가끔 깊은 밤잠에서 깨어 지친 모습으로 깊이 잠들어 있는 당신을 물끄러미 지켜보며 생각합니다.
“가엾은 사람. 전생에 무슨 죄를 지었기에 한평생 걷지 못하는 아내와 힘겹게 살아야 할까요?” 그런 생각을 하며 서러움이 북받치지만 자고 있는 당신에게 들킬까봐 꾸역꾸역 목구멍이 아프도록 서러움을 삼키곤 합니다. 여보! 사랑해요.<임영자님의 글>


            - 사랑 받기 위해서는 사랑해야 한다 -   - 세네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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