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은글

양파를 벗기다 보면

여리챨리 2006. 6. 14. 14:51
양파를 벗기다 보면

김성덕


작은 알맹이라도 찾으려고
한 겹
또 한 겹을 벗기고 보면
자꾸 얇아져 가는 허연 껍질들
그렇게 벗기다 보면
마지막엔 아무것도 없습니다

한 발자국
또 한 발자국을 내딛을 때마다
되돌아보기라도 하면 숨어 늘 딴청 피는
세상도
우리네 삶도
손바닥에 묻어나는 끈적끈적함이나
코끝에 맴도는 매운바람
그 모든 게 양파를 닮았습니다

기어이 껍질만 남을 걸 모른 척
우린 무작정 걸어가고 있습니다
때론 껍질도 알맹이라고 우기겠지만
허나,
울지 않으려 해도
저절로 눈물이 흐르기도 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