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은글

담쟁이

여리챨리 2006. 5. 24. 17:20
담쟁이

최승화

볕 좋은 날

여수여객터미널 시계탑이
정오를 향해 가지런히 젓가락을 놓는다

한끼 허기를 달래려고
한 줄로 늘어서 배식을 기다리는
할마시, 할배들
아들 자랑은 늘어선 줄보다
더 길다

벽에 몸을 기대고
해 드는 쪽으로
수저를 들고 있는 담쟁이들

줄어드는 밥
줄어드는 줄

담쟁이가 오물오물
수저로 햇볕을 떠먹는다
볕이 따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