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부곡(思夫曲)-2-
사부곡(思夫曲) 2
비를 좋아하는 나는 비가 내리는 날이면 휠체어를 탄 채 가끔 당신을 따라나섰지요. 빗속을 함께 돌아다닐 수 있어 힘든 줄도 모르고요.
그런데 며칠 전 겨울비가 제법 많이 내리던 날, 그곳을 지나던 젊은 남녀가 우산 하나를 함께 쓰고 가면서 서로 상대방이 조금이라도 비를 덜 맞게 하려고 우산을 떠미는 모습을 부럽게 바라보다가 당신이 비를 몽땅 맞으며 물건 파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어요. 그때 내가 느꼈던 아픔과 슬픔은 어떤 글귀로도 표현할 수 없을 만큼 가슴을 아리게 했어요. 그 후 다시는 비 내리는 날 당신을 따라나서지 않겠노라 자신에게 다짐을 했답니다.
그리고 여보! 지난 결혼 10주년 기념일에 당신은 결혼 때 패물 한 가지도 못해줬다며 오래도록 아껴 모은 돈으로 제게 조그마한 다이아몬드 반지를 사주었지요. 그때 내가 너무도 기뻐했는데, 얼마 못 가 생활이 너무 힘들어 다시 그 반지를 팔아야 했을 때, 처음으로 당신이 눈물 흘리는 모습을 보고 너무도 가슴이 아팠어요. 이미 그 반지는 내 가슴속에 영원히 새겨놓았으니 나는 그것으로도 충분해요.
어린 시절 가난과 장애로 학교에 다니지 못해 늘 소원했던 공부를 시작했지요. 이 나이에 초등학교 과정을 공부한다는 것이 결코 쉽지는 않지만, 야학까지 데려다 주고, 가족 저녁 챙겨주고 집안 청소까지 해 놓은 뒤 학교 끝날 시간에 맞춰 나를 데리러 와 주는 당신.
어린 시절, 여느 아이들이 다 가는 학교가 너무 가고 싶어 남몰래 수없이 눈물을 흘렸는데 이제서야 그 꿈을 이루었어요. 바로 당신이 나의 꿈을 이루어 주었지요. 여보, 사랑해요. <임영자님의 글>
- 사랑이 있는 곳의 나물반찬은 사랑이 없는 곳의 고기반찬 보다 낫다 - - 신약성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