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감독 시험 학교
무감독 시험 학교
1956년 봄, 인천 제물포고등학교.
"가르치는 학생들을 못 믿어 시험 감독으로 들어가 눈에 쌍심지 켜고 앉아 있는 선생이나, 선생 몰래 슬금슬금 점수나 훔쳐서 올리는 학생이나 다 무엇에 쓰겠습니까?"
길영희 교장이 무감독 시험을 실시하겠다고 폭탄선언을 했습니다.
한국전쟁을 수습하느라 부정부패가 묵인되던 시절, 학교 또한 순수한 이상만 쫓기에는 힘든 상황이었습니다. 교사들 대부분이 교장의 결정에 반대했지만 그는 무감독 시험을 강행했습니다.
결과는 전혀 예상 밖이었습니다. 부정시험으로 낙제가 별로 없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무려 오십 명이 넘는 학생이 낙제를 했습니다.
시험 결과가 발표된 뒤 한 무리의 학생들이 교장실에 불려갔습니다. 길 교장은 불려온 아이들을 한 명 한 명 안아 주었습니다.
"부정의 유혹을 참고 낙제를 택한 너희들은 우리 학교의 양심이다. 나는 너희들이 몹시 자랑스럽구나."
제물포 고등학교 학생들은 스스로 양심을 지키며 시험을 치른 것입니다. 길 교장은 전교생 앞에서 낙제한 학생들을 칭찬하며 그들의 정직한 패배를 위로했습니다. 이 학생들 대다수는 열심히 공부해 다음 학기에 무사히 진급할 수 있었고 그 뒤 무감독 시험은 제물포 고등학교의 자랑스러운 전통이 되었습니다.
새 정부의 새 교육 정책에 앞서, 매사를 정치인 눈으로만 보는 논리를 좀 접어봤으면 하는 바람에서 한 마디 해봅니다.
❀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우리의 일거일동을 아는 자가 둘 있다. 즉, 신이요 양심이다 ❀
- 영국 속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