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은글
행여 지리산에 오시려거든
여리챨리
2007. 7. 20. 11:12
행여 지리산에 오시려거든
이원규
행여 지리산에 오시려거든
천왕봉 일출을 보러 오시라
삼 대째 내리 적선한 사람만 볼 수 있으니
아무나 오시지 마시고
노고단 구름바다에 빠지려면
원추리 꽃 무리에 흑심을 품지 않는
이슬의 눈으로 오시라
행여 반야봉 저녁노을을 품으려면
여인의 둔부를 스치는 유장한 바람으로 오고
피아골의 단풍을 만나려면
먼저 온 몸이 달아오른 절정으로 오시라
불일폭포의 물 방망이를 맞으려면
벌 받은 아이처럼 등짝 시퍼렇게 오고
벽소령 눈 시린 달빛을 받으려면
뼈마저 부스러지는 회한으로 오시라
그래도 지리산에 오시려거든
세석평전의 철쭉꽃 길을 따라
온몸 불사르는 혁명의 이름으로 오시라
최후의 처녀림 칠선계곡에는
아무 죄도 없는 나무꾼으로만 오시라
진실로 지리산에 오시려거든
섬진강 푸른 산 그림자속으로
백사장의 모래알처럼
모레알처럼 겸허하게 오시라
연화봉의 벼랑과 고사목을 보려면
툭 하면 자살을 꿈꾸는 임아
반성하러 오시라
그러나 굳이 지리산에 오고 싶다면
언제 어느 곳이든 아무렇게나 오시라
그대는 나날이 변덕스럽지만
지리산은 변하면서도 언제나 첫 마음이니
행여 견딜만하다면 제발 오지 마시라
1962년 경북 문경 출생.
1984년 [월간문학], 1989년 [실천문학] 으로 등단
신동엽창작상, 평화인권문학상 수상
시집 <옛 애인의 집>, <빨치산 편지>,
<지푸라기로 다가와 어느덧 섬이 된 그대에게>
산문집 <벙어리 달빛>외 다수
=====================================
[감상]
지리산에 올라 본 사람은 안다.
겹겹이 들어앉은 산자락의 오묘한 깊이며,
세세년년 흘러내리는 청정계곡의 깊은 물소리며
노고단 구름바다의 빼어난 아름다움을 안다.
천왕봉 일출이며 불일폭포를 보기 위해
몇날 며칠을 꼬박 걸어본 사람은 안다.
대자연의 한결같은 겸손이며, 첫마음을 안다.
봄이면 드넓은 세석평전에 그토록 활활 꽃불이
오르는 이유를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안다.
그러므로, 변덕 심한 인간들이여
행여 산을 정복하기 위해서는 지리산에 오지 마시라
入山이 아닌 登山을 하려거든 오지 마시라
사는 일이 견딜만 하면 제발 오지 마시라 [양현근]
이원규
행여 지리산에 오시려거든
천왕봉 일출을 보러 오시라
삼 대째 내리 적선한 사람만 볼 수 있으니
아무나 오시지 마시고
노고단 구름바다에 빠지려면
원추리 꽃 무리에 흑심을 품지 않는
이슬의 눈으로 오시라
행여 반야봉 저녁노을을 품으려면
여인의 둔부를 스치는 유장한 바람으로 오고
피아골의 단풍을 만나려면
먼저 온 몸이 달아오른 절정으로 오시라
불일폭포의 물 방망이를 맞으려면
벌 받은 아이처럼 등짝 시퍼렇게 오고
벽소령 눈 시린 달빛을 받으려면
뼈마저 부스러지는 회한으로 오시라
그래도 지리산에 오시려거든
세석평전의 철쭉꽃 길을 따라
온몸 불사르는 혁명의 이름으로 오시라
최후의 처녀림 칠선계곡에는
아무 죄도 없는 나무꾼으로만 오시라
진실로 지리산에 오시려거든
섬진강 푸른 산 그림자속으로
백사장의 모래알처럼
모레알처럼 겸허하게 오시라
연화봉의 벼랑과 고사목을 보려면
툭 하면 자살을 꿈꾸는 임아
반성하러 오시라
그러나 굳이 지리산에 오고 싶다면
언제 어느 곳이든 아무렇게나 오시라
그대는 나날이 변덕스럽지만
지리산은 변하면서도 언제나 첫 마음이니
행여 견딜만하다면 제발 오지 마시라
1962년 경북 문경 출생.
1984년 [월간문학], 1989년 [실천문학] 으로 등단
신동엽창작상, 평화인권문학상 수상
시집 <옛 애인의 집>, <빨치산 편지>,
<지푸라기로 다가와 어느덧 섬이 된 그대에게>
산문집 <벙어리 달빛>외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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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
지리산에 올라 본 사람은 안다.
겹겹이 들어앉은 산자락의 오묘한 깊이며,
세세년년 흘러내리는 청정계곡의 깊은 물소리며
노고단 구름바다의 빼어난 아름다움을 안다.
천왕봉 일출이며 불일폭포를 보기 위해
몇날 며칠을 꼬박 걸어본 사람은 안다.
대자연의 한결같은 겸손이며, 첫마음을 안다.
봄이면 드넓은 세석평전에 그토록 활활 꽃불이
오르는 이유를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안다.
그러므로, 변덕 심한 인간들이여
행여 산을 정복하기 위해서는 지리산에 오지 마시라
入山이 아닌 登山을 하려거든 오지 마시라
사는 일이 견딜만 하면 제발 오지 마시라 [양현근]